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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주 4일 근무제, 한국에서 현실화될 수 있을까?

by prebu-blog 2025. 1. 30.

1. 주 4일 근무제란? 개념과 글로벌 도입 사례
주 4일 근무제(Four-Day Workweek)는 일주일에 5일이 아닌 4일만 근무하고, 나머지 3일을 휴식일로 설정하는 근무 형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휴일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변화다.

이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주목받고 있으며, 실제로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시험 운영을 거치며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 정부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대규모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연구 이후 아이슬란드 노동자의 약 86%가 주 4일 근무제 또는 유사한 유연 근무제를 적용받고 있다.

또한, 영국, 벨기에, 일본 등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주 4일 근무 실험이 진행되었다. 특히 벨기에는 2022년부터 공식적으로 근로자가 원하면 주 4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다만, 총 근무 시간은 유지되는 형태(예: 하루 10시간 근무)로 시행되고 있어, 근무 방식이 다소 차이가 있다.

이처럼 주 4일 근무제는 단순히 꿈이 아니라,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현실적인 제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가능할까? 한국 노동 시장의 특성과 기업 문화, 경제적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 4일 근무제, 한국에서 현실화될 수 있을까?



2. 한국에서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어려운 이유
주 4일 근무제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첫 번째 문제는 장시간 근무 문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동 시간이 긴 나라로 꼽힌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 시간은 약 1,900시간으로 OECD 평균(약 1,600시간)을 훨씬 상회한다. 이는 "오래 일할수록 성실하다"는 인식이 강한 기업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 4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기존의 노동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이는 기업 입장에서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두 번째로, 근로 형태와 산업별 특성도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IT, 금융, 컨설팅과 같은 지식 기반 산업에서는 비교적 유연한 근무제가 가능하지만, 제조업, 서비스업, 의료업과 같은 분야에서는 근무일 축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병원, 공장, 물류센터, 요식업 등의 업종에서는 4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인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서비스 품질 저하나 추가 고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로는 기업의 부담 증가 문제다.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려면 기업은 동일한 업무량을 줄어든 근무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추가 채용이 필요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치명적인 비용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

3. 주 4일 근무제의 장점과 한국에서의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4일 근무제는 한국 노동 시장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제도다.

먼저, 근로자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직장인들은 높은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여가 시간이 증가하고,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개선되며, 결과적으로 업무 만족도와 몰입도가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에서는 노동 시간이 짧아지면서도 생산성이 유지되는 사례가 많다.

둘째, 기업의 생산성이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 직원들은 더욱 집중해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불필요한 회의나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증가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는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한 결과, 생산성이 약 4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셋째, 한국 사회의 노동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주 4일 근무제는 이러한 변화에 부합하는 제도다. 특히 대기업과 IT 기업을 중심으로 유연 근무제가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주 4일 근무를 시험적으로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게임즈와 직방 같은 기업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4. 한국에서 주 4일 근무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조건
주 4일 근무제가 한국에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근무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 워크 시스템 도입, 자동화 기술 활용, 불필요한 업무 제거 등이 필수적이다.

둘째, 산업별 맞춤형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모든 업종에 동일한 방식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산업별, 기업 규모별로 유연한 적용 방식을 고려해야 하며, 필수 서비스 업종에서는 교대 근무제와 같은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노동법 개정, 세제 지원,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기업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들은 단기적인 비용 증가보다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고려하여 근무 제도를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대중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장시간 근무가 곧 성실함이라는 기존의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리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결론
주 4일 근무제는 단순히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노동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변화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일부 기업들이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점진적인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 4일 근무제의 현실화 여부는 정부, 기업, 노동자가 함께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혁신적인 업무 방식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 4일 근무제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